Peppermint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를 처음 본 것은..

고등학교 2학년 여름 즈음이었는데

동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점심시간에 읽고 있던 차에

갑자기 학생 주임 선생이 들어와 '야설'을 읽고 있다며 격분하더니

책을 갈기갈기 찢고 나를 주먹으로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결국 매우 불건전한 나의 행위에 대해 부모님까지 소환되었느데,

부모님께서는 별 말씀 없이 도서관에 책값으로 배상할 돈을 쥐어주셨다.

그 돈을 가지고 도서관을 향하던 길의 풍경이나 스쳐 지나간 사람들의 모습이

아직도 사진과 같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어쨋든.. 시간이 흘러 지금 나이의 내가 저 소설을 읽으면 

그래도 그 시절 그 느낌과는 사뭇 다르지 않을까 싶어서 다시 책을 펼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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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한 영화를 보다가 질끈 눈을 감듯

소설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눈을 질끈 감게 만든다.

하지만 영화를 볼때와는 달리 내가 눈을 감는다고

보기 싫은 장면이 저절로 지나가지는 않는다.

보통의 소설을 읽을때와는 달리 등장 인물의 생김새, 주변의 풍경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그 그림은 매우 역동적이고 컨트라스트가 강한 느낌이 난다.

줄거리의 전개, 장면의 전환에 있어서도 마치 영화에서의 카메라 워크를 보는 듯 한데

이는 아마 무라카미 류가 영화 분야에서도 활발이 활동한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의 불편한 감정을 자극하고 들춰내는 이 책은...

몇 번을 읽어도 너무나도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