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ppermint




우리나라에서는 예전에 주로 '백경'이라는 타이틀로 번역되어 출간되어 왔다.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험극이라고 해서

만화 원피스를 상상하면 매우 곤란한데

사실 이 책은 정말 읽기에 만만치가 않다.

어떤면에서는 정말 당황스럽기까지하다.


일단 상당히 고전적인 문체가 사용되었으며,

오페라나 연극을 보는 듯한 서사시가 펼쳐지는가 싶으면

어느새 갑작스럽게도 고래와 항해에 대한 온갖 지식들을 서술한다.

이 책을 끝까지 손에 쥐고 끝까지 볼 수만 있다면

아마도 향휴고래에 대해 세상에 알려진 거의 모든 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 법 하다.


문학성이나 완성도를 떠나 읽기 어려운 소설임은 분명한데

마지막 200페이지를 남긴 채 오랫동안 가방에만 넣고 다니기를 반복하다가

회식 후 집에 돌아가는 길에 스타벅스에 들러서 남은 페이지들을 읽기 시작했다.


술기운 탓인지 그렇게 재미없고 읽기 싫었던 페이지들이 술술 읽히는데,

문득 그 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피쿼드 호의 일등항해사인 스타벅(Starbuck)...

내가 지금 앉아있는 스타벅스와 연관이 있는 걸까?


찾아보니 역시나 스타벅스의 이름은 항해사 스타벅에서 따온 것이 맞다.

그러고보니 스타벅스의 로고가 세이렌이었지.

일설에는 스타벅이 커피를 워낙 좋아해서 이름을 따왔다는 말도 인터넷에 떠돌지만

모비딕에서 스타벅이 커피를 마시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았다고 기억한다.

막연하게 그려지는 항해사 스타벅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면

스타벅스의 창업자는 당연히 커피 애포가로서가 아니라

모험가로서의 스타벅의 이미지를 그리며 프랜차이즈를 시작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