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ppermint



음악 평론가 강헌은 벙커 강의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약간은 어눌한 목소리와 과격한 단어선택이 무색하게도

청자의 수준에 맞추어 자신의 디테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강의 스킬을 가지고 있다.


이 책 '전복과 반전의 순간'은 그 벙커 강의 녹취록을 기반으로 쓰여진 책이다.


강헌은 "음악은 인문, 사회, 자연, 과학적 관심과 이해를 바탕으로 들을 때 더욱 풍요롭다"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책도 그러한 철학에 기반하여 음악이 탄생하게 된 사회적 배경, 문화 그리고 사람들에 대해

매우 디테일하게 다루고 있다.


재즈와 클래식의 역사에 대한 챕터도 흥미롭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을 가지고 읽었던 부분은 우리의 근현대 음악사에 대한 부분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음악 그 자체에 대한 부분보다는

일반적인 텍스트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의 정서, 놀이문화 등

사회상을 옅볼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었다.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바로 극단적으로 방대한 주석인데

뭐 이런 것까지. 싶을 정도로 현미경 수준의 디테일을 자랑한다.

이러한 주석은 다른 책이나 포털을 뒤져보는 수고를 덜어주기에 매우 고맙지만

하나하나 정독하다 보면 책을 읽는 흐름이 끊길 수 있으니 적당한 수준에서 참조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그러니 오로지 레코드 판을 사야만 이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죽은 사람의 목소리를 어떻게 들어? 죽었다는데"

이런 호기심이 판매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사의 찬미'가 어떤 노래이든지 간에 노래에 대한 관심보다는

죽음이 주는 선정성과 과학적인 호기심 때문에 음반을 사들였고

한국인 특유의 쏠림 구매가 일어났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드디어 우리나라 음반 산업의 시대가 시작되었다.